3년만인 것 같다.
본가에서 명절차례와 제사를 분리하여 큰사촌형 집에서 단독으로 치루기 시작한 이래로
부모님이 오시기 힘든 여건 등을 이유로 나까지도 참석하지 않던 명절차례.
이번 추석에는 어이하여 부모님이 올라오셨고 3여년만에 참석하여 사촌형들과 조촐한 차례를
지낼 수 있었는데, 서로 환경이나 생각의 차이가 워낙 심한 두 집안인지라 별다른 대화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예상 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생각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친척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던 차라 조용히 갔다가
인사만 드리고 빠져나올 궁리를 하기도 하였고, 실제로도 얼른 자리를 뜨긴 하였지만
생각보다는 반갑게 맞아주는 촌인심이, 훌쩍 커버린 조카들, 그리고 새롭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막내조카, 어느새 우리 집안에 합류해 있는 둘째 형수까지... 이런 자리에서 만나지 않으면 길을
지나쳐도 몰라볼 사람들이기에, (비교적) 환하게 맞아주는 그 얼굴들과 안부말, 세상사는 이야기들,
같은 조상을 모시고 절을 할 수 있는 공동체의 일환이라는 것 속에서,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가족이라는 테두리의 힘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네 가족사에 조금씩 신경을 써야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체면치례가 아니라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들을 반길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 갔으면 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찬찬히 어울려보도록, 녹아들도록 해야겠다.